도쿄역에서 순애를 외치다 ②

도쿄역에서 순애를 외치다①

 

도쿄 여행 1일차

 

인천 공항

 

회사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빨리 가서 짐을 챙겼다.

 

 

 

집 아랫층 식당에서 먹었는데, 알밥을 흑미밥으로 주는 집은 또 처음본다.

다 먹고 순애와 합류하기 위해 서울역으로 향했고,

마침 타이밍 좋게 둘 다 비슷한 시기에 하차하여 그대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내가 산 책을 함께 나눠읽었다.

나는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무주공 비화>,

순애는 빅토르 위고의 <사형수 최후의 날>을 읽었다.

다 읽지 못한 채 흥미진진한 언저리에서 하차했지만 말이다.

 

드디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이때가 저녁 11시였다.

즉, 대부분의 식당이나 카페는 운영하지 않는 뜻이기도 하다.

30분정도 순애와 캐리어를 끌고 여기저기 헤메이다가 1층 엔제리너스에서 각각 바닐라라떼, 녹차라떼의 테이크아웃을 시키고 충전기가 있는 인근 벤치에 와서 쉬었다. 앉아서 커미션도 하고, 피크민도 체크하고, 주변에 사람도 없으니 잠깐 눈 붙이라고 담요도 덮어주고 했다. 정말 죽도록 시간이 안갔다.

 

새벽 5시가 되어서야 슬슬 수속 창구가 열릴 것 같다며 짐을 챙기고 3층으로 올라가 티웨이 항공 셀프 체크인을 진행했다. 아트박스에서 8,900원 주고 사온 캐리어 무게 측정기에서 캐리어의 무게가 16.0kg라고 찍혔기 때문에, 10kg의 무게제한을 넘길까봐 상당히 조마조마하면서 무게를 쟀는데 이게 웬걸? 그의 절반인 8kg밖에 나오지 않았다.

 

 

캐리어도 맡겼겠다, 배낭을 메고 그대로 3번 게이트로 향해 입국심사를 거쳤다. 순애한테 "너 가면라이더니까 위험무기 소지로 소지품 검사에서 걸리는거 아니냐" 라고 놀리고 있었는데, 내 가방만 걸리고 순애 가방은 안걸렸다.

ㅅㅂ

 

뭐가 문제냐고 물어봤는데, 가방 안에 작은 택배 개봉용 커터칼이 들어있는게 문제라고 하더라. 칼날이 3센치 이상일때만 반입 불가라고 알고있었어서, 1센치밖에 되지 않는데도 안되냐고 물어봤는데 안된다고 하더라. 아쉽게 직원분께 제출하고 가려는데, 순애도 똑같은 것이 있는데 자기는 왜 안걸렸냐면서 가방에서 꺼내 제출하고 갔다. (내가 아까 줬다)

 

 

"난 또 무슨, 작은 칼이 있다길래 이거 얘기인줄 알았다"라며 순애와 우스갯소리를 하고 문제 없이 통과했다.

※ 이 인형이 무어냐 하면, 일본도를 의인화 한 모바일 게임 <도검난무>의 캐릭터 무츠노카미 요시유키이다. 실제로는 100cm 전후쯤 되는 길이의 칼이다.

 

시간을 보니 비행기는 7시 45분 탑승인데, 아직 5시 30분을 조금 넘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주변에서 조금 더 기다리다가 6시가 되자마자 푸드코트로 밥을 먹으러 갔다. 메뉴는 오기 전부터 봐두었던 돼지고기 김치찌개였다. 조금 얼큰하고 속을 뻥 뚫어줄만한 한식을 먹어두어야 일본가서 느끼한 것을 먹어도 괜찮을 것이라는 심리에서였다. 오픈하자마자 들어와서 그런지 대기번호는 5번이었고, 빠르게 먹고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음?

국물 색도 흐리멍텅하고 뭔가 부족했다. 맵거나 깊은 맛이 부족하달까... 한국인 입맛보다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입맛에 더 맞춘 느낌이 강했다. 순애도 "뉴욕에서 먹는 김치찌개 맛이야." 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던게, 가격도 1만원으로 매우 저렴했고 반찬도 꽤 맛있고 충실하게 나왔어서 그럭저럭 만족하고 나왔다. 다 먹고나니 6시 40분쯤 되었는데, 바로 비행기를 타기 위해 게이트로 직행했다.

 

비행기 내부에서는 곧바로 둘다 곯아 떨어졌다.

1시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내가 깼는데, 내가 창밖을 찍고 있을때 순애도 깼다.

 

 

그래서 심심할테니 아까 전철에서 읽다 만 책을 마저 읽으라며 줬는데,

금방 읽어버리려서 할 일이 없어졌다.

그런 김에 같이 창밖을 바라보면서 주변인들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소근소근댔다

 

 

 

순애 "구름 예쁘다, 솜사탕 같아"

나 "정확히 말하자면 목욕 후 수증기에 가깝지"

순애 "만두가게네"

 

 

나 "너 비행기 탈때, 왜 휴대폰으로 비행기모드 왜 키는지 알아?"

순애 "몰라"

나 "1번, 긴급상황시 휴대폰을 비행기 삼아 훨훨 날아가기 위해서."

순애 (웃음을 꾹 참는다)

나 " 2번, 기장이 관제탑과 소통할 때 휴대폰으로 인한 잡음이 섞여들어가 소통에 방해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 어느쪽 같아?"

순애 "당연히 2번이지"

나 "당연히 1번이지"

순애 (소리없이 꺽꺽 웃는다)

나 "너 이거 몰라? 유명한 얘기인데"

 

 

(창밖으로 짙은 남색의 바다가 보인다)

나 "오... 잘봐, 저게 오염수가 방류된 바다야."
순애 "우씨!!!!!"

 

 

 

착륙 시간이 다가오는데, 비행기는 도통 착륙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10분 정도 계속 기상 악화로 인해 늦어진다는 말을 했다.

실제로도 창밖은 날개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구름이 짙었다.

그래도 무사히 착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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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 공항

 

내리자마자 느낀 것은 습한 공기였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오묘한 일본 공기 특유의 향이 있는데, 그게 느껴지면서 어릴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마침 나리타는 비가 온 직후라서 그런지 더욱 그 냄새가 진했고, 습했다. 그럼에도 싫진 않았는데, 여기가 해외라는 체감이 한 번에 확 다가왔다. 순애도 상당히 기뻐보였다. 그리고 도착한 김에 피크민을 켜보았는데

 

?????????

 

이후, 악몽같은 체크인 시간이 다가왔다. 진짜 완전 오래걸렸다. 장난아니었다. 뭣보다 오자마자 느낀 첫 인상은 진짜 "오타쿠の国" 라는 느낌이었다. 공항에도 만화 캐릭터, 외국인 관광객들 티셔츠에도 만화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우리도 오타쿠지만 너무너무 오타쿠였다. 공항도 씹덕같았다.

 

 

겨우겨우 캐리어 찾기까지 1시간 반 정도 소요된 것 같다. 슬슬 한숨 돌리곤, 역에서 나가 지하철을 찾고 있었다. 마침 가챠가 있길래 같이 둘러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올해 초부터 쭉 눈독 들여두던 삼영걸 가챠를 정말 마주쳐버렸다. 히데요시나 이에야스가 나오면 처분 어떻게 할 지 고민되긴 했지만, 지체없이 한번에 뽑아버렸다.

 

 

그런데 1번만에 노부나가가 나왔다. 이건 셈퐁에게 주기 위해 킵해두었다.

※ 셈퐁은 오다 노부나가를 좋아하는 친구다.

 

순애도 기츠 닮았다고 여우 하나 뽑았다. 제발 나오라면서 순애 옆에서 나도 양손을 싹싹싹 빌고 있었는데, 정말로  원하던 것을 한번에 뽑았다. 그리고 실바니안 패밀리 가챠도 있었다. 실바니안이 고작 300엔이라고? 말도 안 된다며 뭐가 나와도 이득이라며 당장 뽑았다.

 

순애 "판다 나왔으면 좋겠다. 너 닮았어."

나 "ㅋㅋㅋ 뭔소리야~"

 

 

판다 나왔다.

 

운 미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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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순애는 주변에서 일본판 티머니인 스이카를 구매하고, 나는 스이카에 1천엔 정도 충전을 하고 장장 2시간 가량의 이동을 시작했다. 초행길이다 보니 구글맵을 다시 보는데 예상금액이 2,500엔이 찍혀있었다.
...?

당연하게도 2,500원인줄 알았다. 교통비 실환가?

일본에서 여행은 해도 거주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지하철을 타자마자 처음 느낀 점은 진짜 좁다는 인상이었다. 한국 지하철에 비해 눈에 띄게 좁다. 그리고 걸려있는 광고가 많았다는게 인상적이었는데, 특히나 정보값도 많고 디자인이 화려했다. 디자이너들이 공을 많이 들였다는게 느껴졌다. 물론 한국에서, 우리 회사에서 요구하는 깔끔하고 단정한 디자인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에 과장님이 이를 보면 기겁하시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작 옆나라인데도 이렇게나 디자인 스타일이 다른 점이 신기했다.

 

그리고 지하철 교통약자 좌석이 3칸이 아닌 5칸이라는 점도 좋아보였다. 이게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승한 다른 지하철에서는 KTX 가족좌석처럼 마주보고 앉아있는 4인용 교통약자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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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소지, 아사쿠사

 

드디어, 퇴근한 지 장장 20여 시간이 지난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첫 목적지인 아사쿠사 센소지에 도착했다. 헉헉대며 주변 코인 록커에 캐리어를 맡기고, 5시에 끝나는 센소지를 향히 빠르게 나아갔다. 가는 길이 무척이나 신기헀다.

 

관광객 상대로 인력거를 끄는 일본인도 있었고, 일본인들 뿐만 아니라 아랍계나 아프리카계 흑인분들께서 기모노를 많이 대여해 입고 다녔다. 특히나 190은 훌쩍 넘어보이는 덩치 큰 레게머리 흑인 남성분께서 짙고 푸른색의 하카마와 하오리를 입고 다니시던 모습은 되게 핫하다고 생각했다.

 

 

센소지에 처음 입장하자마자 상당히 많은 상점들이 보였다.

기념품부터 먹을것까지 다양했는데, 3시간 내로 모든 것을 봐야한다는 생각에 급하게 오미쿠지부터 뽑으러 갔다. 

 

 

가는 길에 신기한 연주와 행진도 봤는데,

주변 일본인들도 "나 이런거 처음 봤어" 라고 말하는걸 보아하니

흔하지는 않은 이벤트인가 보다.

 

 

결과는 대길大吉

캬...

아까부터 계속 뭔가 잘따라준다 싶더니만

이번 여행은 예감이 좋다.

그 옆에서 순애도 길吉을 뽑았다.

 

 

이후엔 옆에 있는 부적 샵에 가서 엄마가 부탁한 "동생의 고등학교 합격을 위한 부적"을 하나 사왔다. 순애는 부모님께 기념품으로 드릴 건강부적 2개를 샀다.

 

 

이 다음으로는 5엔을 넣고 소원을 기도하러 갔다. 아까 나는 대길을 뽑았으니, 내 소원은 빌 필요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3인분의 소원을 빌었다. 그런데 일본이니까 일본어로 빌어야 할지, 한국어로 빌어도 될지 고민했다.

 

 

첫 번째는 엄마의 시험 합격.

다음 주 토요일이 엄마의 자격증 시험 날인데, 너무 힘들어서 죽겠다고 계속 한탄하고 계셨다. 꼭 빌어달라고 하셨기 때문에 5엔을 넣고 깊고 오래 일본어로 빌었다.

 

두 번째는 지금 요리 고등학교 입학면접을 준비하고 있는 동생의 합격.

한창 자소서를 쓰며 요리학원도 열심히 다니고 있는데, 동생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5엔을 넣고 또 일본어로 열심히 빌었다.

 

세 번째는 지금 해군 부사관을 준비하고 있는 깜병의 합격과 행복.

최근에 면접과 신검을 받았던게 합격했으면 좋겠기도 하고, 원하는 일이 잘 풀리고 줄곧 나랑 함께하며 오래오래 즐겁게 하고싶은 일들을 할 수 있도록 하게 해달라며 열심히 빌었다.

 

나 "너는 뭐 빌었어?"

순애 "칸히데 내한"

 

 

 

옆에 있는 신사에 가서 입에서 물 뱉는 용의 물로 손도 씻어보고, 피크민 탐험도 켜보고, 보살상들도 구경했는데 고작 30분 밖에 지나지 않았었다.

 

 

와중에 일본도를 파는 가게가 있어서 순애한테 나 이거 가지고 싶다고 조르고 있었다. 순애는 비싸다고 안된다고 하고 있었는데, (어차피 구매하더라도 국내에는 반입이 불가능하다) 옆에 남초딩들이 "나 저 칼 가지고싶어!!!" 하고 우르르 몰려들어 다같이 구경하길래 아 나도 사고수준이 초딩정도인가 하면서 웃었다.

 

슬슬 옆에 있는 시장도 가볼래? 하고 들어갔다.

입구 언저리에 빈티지한 카페가 하나 있길래, 목도 마르고 슬슬 출출하니 뭐라도 먹고 가자며 들어갔다. 손님은 우리 뿐이었는데, 노부부가 운영하는 카페였다.

 

 

근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베론이 있었다.

 

오므라이스도 팔았지만, 우리는 수플레 팬케이크 비슷한 것과 냉홍차, 메론소다를 시켰다. 요리는 아버님 담당이었고, 서빙과 메뉴접수는 어머님 담당이었는데 되게 스타일리시하셨고 '잉글리시?' 라고 물어보시길래 "일본어로도 괜찮아요" 라고 답변해드렸다. 일본어 잘 한다며 칭찬해주시길래 어릴 적에 살았다고 대답해드렸다. 무지 좋은 분이셔서 한창 웃으면서 대화했다. 음식이 나온 이후에는 "사진 찍어줄까?" 하셨는데 "저희는 사진 찍는거 싫어해서 괜찮아요" 라고 답변했더니 "에!! 귀여운데~!!" 라고 해주셔서 잔뜩 웃었다. (이후에 들어온 한국인 여자손님 둘에게도 찍어주시긴 하더라)

 

 

와 근데 진짜 존 나 맛있더라.............

여태 먹어본 수플레 팬케이크는 전부 가짜같았음 물론 다른것들도 맛있었지만 저게 너무 맛있었어서 극찬했다. 오므라이스도 먹고나서 시킬걸, 아니면 내일 아침에 또 올까? 라는 고민이 들 정도로 맛있는 가게였다.

 

다 먹고나서는 주변을 더 돌아보았다. 기모노 파는 가게가 꽤나 있었는데, 보일때 마다 순애를 붙잡고 "나 저거 가지고싶어" 하고 찡찡댔다. 그러다가 진짜 괜찮은 기모노 집이 있어서 한번 구경했는데, 무려 하오리가 2,200엔밖에 하지 않는 것이다! 옆에 있는 기모노는 5,500엔 밖에 하지 않았다.

 

나 "너무 퀄도 좋고 값도 싼데 사야겠지?"

순애 "사"

나 "ㅇㅋㄱㅅ"

 

 

사장님께서 실착 해봐도 된다면서 검은 기모노, 검은 하오리를 세트로 입혀주셨다. 내가 오비를 고르고 있자 본국에 돌아가서도 입을거면(?) 오비는 안묶어도 되겠지만, 원한다면 단단한 것 보다 소프트한 오비를 묶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단단하면 매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내 것, 셈퐁을 줄 것으로 검은 천에 검은 자수가 놓인 하오리를 2벌 구매했다. 오비도 하나, 기모노도 한 벌 구매했다. 그리고 계산하려는데 나를 중국인이냐고 물어보시더라. 계속 한국말로 대화했는데 왜지? 하고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무지 놀라셨는데, "요즘 한국이랑 일본 사이 좋으니까 그럴 수 있지. 나도 한국 좋아" 라면서 한국인이 기모노를 사러 온게 상당히 의외라는 느낌으로 말씀하셨다.

 

그야 그러겠지
그냥 제가 씹덕이라 그래요

 

이거 한국에서 안입을거예요

걍 보관용이에요

 

9,900엔으로 1인 기모노 세트를 맞추다니...

솔직히 좀 싸지 않나?

심지어 퀄리티도 엄청 좋았다.

물론 이 티스토리 우리 엄마도 읽을 예정이라서 들키면 좀 혼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진짜 너무 좋다 내가 꿈에 그리던 무늬의 기모노를 샀고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 완전 소중히 여길 것이다 나중에는 남성용 기모노랑 하카마도 사고싶다

근데 무겁더라

이때부터 수화물 무게 초과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기분 좋게 기모노도 구매하고, 순애는 옆가게에서 딸기맛 푸딩을 사왔다. 슬슬 비가 오려는 것 같기도 하고 날씨도 꿉꿉하고 다리도 아파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캐리어를 챙기고 지하철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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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우리 숙소는 스에히로초 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가는 길이 어렵지도 않아서 예약했는데, 내리고 곧 머지 않아서 왜 그렇게 깔끔하고 좋은 숙소 가격이 저렴했는지 알게 되었다.

 

구글맵 이미지

 

왜 아무도 숙소가 언덕 꼭대기라는 사실을
저희들에게 말해주지 않은거죠?

 

ㅆㅂ

좆됐다

 

 

아니 사진으로 보면 그렇게 높아보이지는 않을 수 있는데, 경사 존나 높았다. 높기만 한 것이 아니고 길었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무거운 배낭과 캐리어가 있다. 당연히 평지일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예약한 나의 실책이다. 순애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모든걸 내게 맡기겠다며 2달동안 전혀 확인하지 않은 순애는 자신의 실책이기도 하니 괜찮다며 이해해줬다.

 

구글맵 이미지(경사를 보세요)

 

진짜 개힘들었다

당장 가면 쓰러질 것 같았는데, 너무 찝찝해서 일단 샤워는 하고 쓰러져야겠더라.

 

나 "우리 힘내서 가보자"

나 "영"

순애 "차"

나 "영"

순애 "차고 나발이고 우리 좆된것같습니다"

 

언덕은 700m를 이어졌다.

개...개...개힘들었다 진짜

털썩

사실 이번만 힘든거면 모르겠는데, 오늘이 3박 4일 중 1일차라는 점이 더욱 앞으로의 여행을 공포스럽게 만들었다. 물론 숙소는 화장실이 작은 것을 제외하면 상당히 쾌적하고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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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과 라멘

 

 

도착하고, 샤워하고 한 시간 정도 누워서 쉬었다. 하루종일 걸어다녀서 그런지 무릎과 발바닥이 너무 아팠는데 배는 고팠다. 8시 즈음에 둘다 먹을만한걸 찾아보러 나가자고 했다. 뽀송한 새 옷을 꺼내입고 나가려는데 비가 왔다. 우산을 쓰고 언덕을 내려가지 않아도 되는 방향의 세븐일레븐에서 커피젤리, 푸딩, 과자, 삼각김밥, 음료 등을 사고 한번 다시 숙소에 두고 나왔다.

 

밥은 적당히 라멘집에서 먹기로 합의봤는데, 여태 지나쳐 온 2군데의 라멘집이 모두 마감시간이길래 조금 더 걸어서 나온 한 라멘집에서 먹기로 했다. 사장님께서 라틴계셨던게 신기했다. 모바일로 닭국물 베이스의 미소라멘, 시오라멘을 시키고 교자도 하나 시켰다.

 

 

 

교자 왜이리 작고 양이 없지...? 했는데 그냥 비싼 가격만큼의 맛이 교자에 응축되어 있었다. 다 먹고나서 주변의 패밀리마트와 로손에서 동생이 부탁한 컵누들을 좀 사고, 이따가 먹을 간식을 조금 더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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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 끝

 

 

숙소로 돌아와서는 이제 정말로 잠옷으로 갈아입고 뻗었는데, 간식만큼은 챙겨먹었다. 세븐일레븐 커피젤리는 평범하게 맛있어서, 한국에도 팔면 종종 사먹을 것 같았다. 휘핑크림은 달콤하고 젤리는 쌉싸름해서 좋았다. 그리고 누워서 피크민을 좀 보면서 오늘 되게 많이 걸었고, 힘들지만 즐거웠다면서 내일을 기약하며 쉬었다. 그리고 둘다 불도 끄지 않은 채 어느새 잠들었다.

 

아참, 자기전에 오늘 하루 몰아보기 영상도 만들었다. 사실 이거 4일차까지 쭉 만드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귀찮더라. 1일차만 만들고 다시는 안만들기로 순애랑 합의봤다.

 

 

 

도쿄역에서 순애를 외치다 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