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역에서 순애를 외치다 ③

도쿄역에서 순애를 외치다 ②

 

도쿄 여행 2일차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둘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오늘 고쿄성 절대 못간다"

 

운동부족의 두 오타쿠는 이미 1일차의 25000보 만으로도 다리가 아작난 것이다... 사실 이미 어젯저녁에 모든걸 받아들이고 내일은 산책 집어치우고 쇼핑이나 충실히 다니기로 합의를 본 상태였다. 회사 컨디션에 적응된 나는 7시 반쯤에 기상했다가 알람을 끄고 다시 잤는데, 순애도 전날 너무 졸린 나머지 불도 못끄고 그대로 잠들어버린 모양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9시가 조금 넘고 있었고, 순애는 씻고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나는 조금만 기달려달라고 하고, 10시까지 준비를 마치고 숙소에서 출발했다.

 

나 "괜찮아, 오늘은 언덕 방향이 아니야"

순애 "오 다행이다"

나 "어? 아니네 언덕 방향이야 미안"

순애 "..."

 

다시 언덕을 내려갔다.

이따가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시 올라올 생각을 하면 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 근데 날씨가 되게 좋았다. 어제는 비가 와서 흐렸지만, 오늘은 화창했다. 순애는 긴팔 입고 나온걸 좀 후회할 정도였다. 이따 저녁에 돌아가면 내가 이럴 줄 알고 여분으로 챙겨온 반소매 옷을 빌려주기로 했다. 사진을 열심히 찍으며 언덕을 계속 내려갔다.

 

 

나 "저거 뭐라 써있는거지... 일본약대? 저거 설마 대학교인가? 구라겠지? 대학이 왜이리 작아? 와플대학같은거려나"

 

여기서 피크민 모종 얻었다.

 

 

나 "오, 까마귀"

순애 "바람이 부니까 깃털이 살랑거려"

나 "장모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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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역

 

스에히로초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세 정거장 쯤 갔던 것 같다.

내려서 길이 어딘지 몰라서 한참을 걸었다.

 

 

순애 "여기 되게 DDP같다"

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만"

 

도쿄역 아래 지하상가로 내려가니 다소 코엑스 스타필드같은 이미지였다. 친밀감이 한가득 느껴져서 즐겁게 둘러보았다. 우선, 지하 1층으로 내려가서 곧장 가면라이더 샵으로 직행했다.

 

 

제일 먼저 보이던 것은 <가면라이더 가브>의 1:1 사이즈 피규어 전시였다. 그러고보니 순애가 여기 오기 전, '2년 전에 일본에 갔으면 기츠 전시 볼 수 있었는데 늦덕이라 슬프다' 라는 말을 했었지.

 

 

뭔가 직원분께서 플랜카드 들고 " 계산대에서 Eat Candy 또는 트릭 오어 트릿을 말해주시면 사탕을 드리고 있습니다" 라고 말씀하고 계시던데, 디저트 모티브인 가브의 컨셉에 맞추어 할로윈 행사도 진행중이었다. 솔직히 나는 가면라이더는 포제밖에 안봤고, 전혀 모르는 입장이라 적당히 동생이 부탁한 피규어나 사가려고 찾고 있었다. 그런데 이미 순애가 장바구니에 빠르게 담아놨더라. 나는 옆에서 우와 이거 뭐야 저거 뭐야 이러면서 구경하다가 사람이 너무 많길래 매장 밖으로 나가서 순애가 계산해오는 것을 기다렸다.

 

 

뭔가 많았는데, 내가 파는 장르가 아니니까 그냥 우와 신기방기~ 했다. 순애가 즐거워보여서 기뻤다. 순애가 계산이 끝난 뒤에 지하상가를 더 둘러보았다. 그런데 치이카와 스토어가 있는 것이다! 분명 일본 오기 전에, 순애가 여기는 사람이 많아서 사전예약 필요하다고 했었는데 그렇게까지 많지가 않아서 (물론 바글바글했지만) 잠깐 보고 가기로 했다.

 

순애 "나 그럼 건너편 프리큐어 좀 보고올게"

나 "ㅇㅋ"

 

물론 치이카와 굿즈 시리즈가 좀 가격대가 있긴 한데, 한국에서 플미 붙여 파는거에 비하면 훨씬 쌌고 굿즈로 사기엔 굉장히 합리적인 가격들이었다. 다시 돌아온 순애는 랏코 인형을 사기로 했다. 나는 셈퐁한테 줄만한 것들은 꽤 샀으니 슬슬 깜병에게 줄 선물을 골라보려고 둘러보았다. 깜병에게는 치이카와가 그려진 귀여운 컵과 방울이 들어있는 키링, 들판에 누워있는 하치와레 손수건을 골랐다.

 

 

이건 그냥 깜병 닮아서 찍었다.

 

와... 근데 사람 진짜진짜 많더라

계산하려고 했는데, 아까부터 사람들이 길게 매장 밖까지 줄 서있던게 무슨 줄인지 이제서야 알았다. 그거 계산줄이었다. 한 10~15분 정도 기다린 것 같았다. 계산하면서 개찰구를 통과하는 하치와레가 귀엽다는 칭찬이나 좀 하면서 밥 뭐먹지 하고 고민했다.

 

 

귀엽다

 

계산을 끝내고 나니... 11시 30분 언저리였다. 슬슬 배고팠고, 이런 류의 지하상가는 점심 시간만 되면 사람이 무지막지하게 붐빈다는 것을 알기에 급하게 밥집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결정하게 된 식당은 바로 명란전문점. 나는 명란덮밥을 시켰고, 순애는 연어구이 정식을 시켰다. 시키는 김에 하이볼도 시켰고, 사진에는 없지만 크림치즈같은 것이 들어있는 찹쌀떡도 시켰다. 여기도 역시나 모바일 주문이었다. 간편하게 주문하면서 '되게 잘 되어있긴 한데, 여긴 휴대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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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엔? 2,000엔? 언저리 했던 것 같은데 와... 진짜 진짜 진짜 너무 맛있었다. 밥도 맛있었고 반찬도 맛있었다. 사진 보니까 또 먹고싶다. 너무 맛있었다... 기념품으로 명란젓 세트도 팔던데, 한국 오기 전에 상할 것 같아서 아쉽지만 사오지는 못했다. 진짜 너무 맛있었다...  생각보다 양도 많았고, 기분좋게 하이볼도 한잔 한 상태로 배부르게 나왔다.

 

딱 기분이 좋을 즈음, 우키요에나 가부키 등의 굿즈를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사진은 없지만 거기서 목제 우키요에 엽서와 책갈피 등을 샀다. 노부나가 얼굴이 새겨진 컵 같은 것도 팔길래, 셈퐁에게 줄 생각으로 하나 샀다. 손잡이 부분이 촌마게라서 재미있었다. 이제 슬슬 볼만한 것들은 다 본 것 같아서, 짐을 챙기고 아키하바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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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하바라

 

지하철에서 내리고, 지하상가에서 순애랑 이것저것 구경 조금 하며 굿즈용 파우치도 사다가 나왔다.

 

 

저 씹덕 포스터들이 보이는가?

내리자마자 진짜 아키하바라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5분에 한번 꼴로 "림버스 컴퍼니!" 하는 광고음이 어디선가 들렸다.

※ 오타쿠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게임이다. 한창 성별 불문하고 인기의 최고조를 달리고 있을 때, 20대 남자들이 "여성 캐릭터에게 섹시한 수영복이 아닌 전신타이즈 해녀복을 입혔다"는 이유로 남혐이라는(???) 오명을 썼다. 20대 남자들은 그 그림을 그린 '젊은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를 당장 해고하라고 요구했지만, 막상 까보니 일러스트레이터는 중년 남성이었다. 20대 남자들은 갈 곳 잃은 분노를 다른 젊은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에게 향하며 SNS의 사생활을 털었고, "이 사람은 불법촬영 범죄를 반대하는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그러므로 남혐이다.(???)" 라는 억지 주장을 하며 회사에게 직원의 즉각 해고를 요구했다. 국내 여성 팬들은 이에 크게 분노하며 억지 주장을 수용하지 말라는 의견을 냈지만 회사는 20대 남성들에게 사과를 하며 끝을 맺었다. 국내 여성들 사이에서는 최악의 게임으로 남아있다. 이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순애는 이 게임의 '돈키호테'라는 캐릭터를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나 "?"

나 "림버스 컴퍼니!"

순애 (표정이 썩는다)

순애 "아니 그 씨발새끼들이..."

 

어쨌든간에, 이 주변을 대충 둘러보다가 순애가 가고싶다고 한 가면라이더 샵을 또 찾았다. 들어가자마자 잔뜩 보이는 가면라이더 굿즈에 되게 신기했다. 순애는 잔뜩 신나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둘이 붙어있는 모습을 보고 신난 씨피러 김순애의 모습이다. 씨피러는 단순히 좋아하는 캐릭터가 붙어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곧장 기뻐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곧장 좌우가 반대라는 사실에 기분이 상해보였다.

 

나 "여긴 우리나라랑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이 달라서 그래.

표기만 저렇게 실제로는 너와 왼른이 같은거야"

순애 "ㅇㅋ"

 

 

잘은 모르겠지만 이것도 기츠인가?

여튼 순애가 사진을 진짜 많이찍었다.

즐거워보여서 되게 뿌듯했다

오길 잘한듯

 

순애는 기뻐서 여러가지 굿즈들을 샀다.

한국에서 사면 더 비싼데 여기서 사니까 구하기도 쉽고,

한정판인 굿즈도 구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나 "이건 뭐야? (뭔가 동그란거)'

순애 "이건 버파가 작중에서 쓰던 변신 아이템이야"

나 "이거랑 똑같이 생겼는데 무슨차이야?"

순애 "부서진 버전이야"

나 "부서진걸 왜 사? 그냥 하나 사서 부수면 되는거 아님?

순애 (미친소리를 들었다는 표정)

 

여튼, 이거저거 정말 많이 샀다. 동생이 왔다면 분명 환장했겠지

 

아참, 그리고 저기 보이는 파란 옷은

<가면라이더 기츠>에서 기츠와 버파가 입던 옷이다. 

 

나 "하나 사는거 어떄?"

나 (가격을 본다)

 

20,000엔

 

나 "어후..."

순애 "에바야"

 

 

 

슬슬 많이 봤겠다, 다리가 아파오지만 다음엔 고치조우? 라고 하는 가면라이더 아이템을 구하러 갔다. 일본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가챠 한정템이라고 하던데, 주변에 있는 반다이 남코 가챠샵을 쭉 돌아보기로 했다.

 

...

 

품절

 

 

어쩔 수 없지.

아낀 돈으로 아랫층에 있는 인형뽑기라도 하러가기로 헀다.

미리 말해두겠지만, 나는 원래 인형뽑기를 안하는 타입이고 이건 돈낭비가 아니다. 어차피 일본 지금 신권 뽑고있어서 구권은 빨리 털어버리고 와야해서 그렇다.

 

주변을 돌아보다가 내가 좋아하는 즌다몬의 인형을 찾았다. 뽑고 싶었는데, 뭔가 남덕분이 즌다몬 가챠 윗자리에 있는 시구레 유이 누이 뽑기를 하고있길래 다가갈 수 없었다. 그 동안 옆에 있는 죠죠 누이 뽑기로 연습이나 해보기로 했다. 딱 3코인을 넣었고, 순애한테 해볼래? 제안했다.

 

 

순애가 해냈다.

 

근데 도저히 주변들 돌고 기다려도 남덕분이 비킬 기미가 안보이길래, 언제까지 하실거냐고 여쭤봤다. 최소 5만원은 넘게 쓰신 것 같던데? 근데 남덕분이 고민하다가 머쓱하게 웃으시면서, 이게 크레인이 안닿는 위치에 있다고 직원분을 불러 위치 조정을 위치했다. 직원분이 빠르게 그분의 인형을 1트만에 뽑을 수 있는 위치에 놓아주시고 가셨고, 남덕분은 다행스럽게도 1트만에 뽑고 가셨다. 이제 내 차례였다.

 

와... 근데 진짜 죽어도 안나오더라.

내가 2,000엔쯤 썼는데도 계속 제자리였다.

순애한테 양보했다. 딱 3코인을 넣었다.

 

 

순애가 해냈다.

 

진작에 순애 시킬걸

ㅋㅋㅋ...

 

여튼저튼, 잘 마무리 하고 다른 가챠샵 한군데만 더 털어보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애니메이트도 있길래, 페그오 코너에 가서 친구들 최애 있는지나 둘러보기로 했다. 다행이게도 있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내 남편, 셈퐁의 엄마, 순애의 최애다.

깜병껀 없었다...

 

한국에 비해 훨씬 싸게 샀다.

근데 슬슬 날씨도 흐려지면서 빗방울도 조금씩 떨어지고, 무릎도 부서질 것 같고 발바닥도 너무 아파서 빠르게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물론 중간중간 다른 굿즈샵, 가챠샵이나 이상한 옷가게 구경도 헀다.

 

 

애니메이트 바로 옆에 있는 도검난무 샵이었다. 안에서는 시원한 에어컨도 나오고, 평화로운 혼마루 BGM도 나와서 좋았다. 근데 살건 없어보여서 그냥 나왔다. 확실히 DMM가 돈을 많이 벌긴 했나보다.

 

 

 

이상한 티셔츠도 봤다. 해석하자면

 

이세계에서 온 꼬1추입디다

 

라고 써있다.

 

 

덥고, 목도 너무 말라서 가는길에 세븐일레븐에서 물도 사마셨다.

물이 101엔인데, 레몬탄산수가 89엔이더라.

탄산수가 물보다 싸다고 젠장~~~

 

아침부터 이어진 기나긴 여정 끝에, 드디어 숙소에 돌아왔다. 이때가 4시 반쯤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둘다 녹초가 되어서 그대로 쓰러졌다. 조금 누워있다가 순애는 내가 준 반팔티로 갈아입고 밥과 돈키호테를 위해 짐을 정리했다.

 

 

순애 "집 잘 보고 있어~"

나 "악마새끼한테 집 맡겨도 되는거야?"

 

저 핑크머리 이름이 이탈리아어로 김악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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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대중교통을 타던, 걸어가던 똑같이 15분 정도 소요된다고 하길래 그냥 순애랑 걸어서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2층짜리 동네 마트도 있길래 이따 여기서 장도 봐오자면서 걸어갔다. 그나저나 시내로 나가자, 그진짜 여기도 우리랑 다를 것 없이 사람 사는 동네구나 싶었다. 비교적 일본어 간판과 일본인이 많은 홍대같다는 느낌? 진짜 홍대같았다. 그나마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는 것을 느껴주게 하는 지점은 횡단보도 신호등과 같은 공공기물의 통일된 모양 차이 정도였다.

 

 

지도를 보며 걸어가자, 인터넷에서 많이 봐서 눈에 익은 "아메요코" 라는 간판이 눈에 보였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왼쪽에 돈키호테가 있어, 각자 심부름을 하기로 헀다. 나는 회사에 가져갈 간식, 순애는 어머님이 부탁하신 말차용 차선을 찾아보았다.

 

직속 상사들에게는 고급스러운 패키지로 포장된 3가지 맛의 모찌, 복숭아 아이스티를 주려고 샀다. 전에 팀장님이 오사카에서 먹은 벌꿀매실주가 맛있었다고 하길래 대충 비슷해보이는 것도 샀다. 회사에는 개별포장으로 된 미니모찌들 두상자정도 샀고, 우마이봉이나 젤리도 샀다. 가족들과 먹을 용도로 이치란 라멘의 밀키트도 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촉촉한 엉덩이를 만들어주는 비누도 팔길래, 동생 주려고 하나 샀다.

 

순애는 포카를 넣을 포카홀더와 가족들과 나눠먹을 용도로 카스테라를 샀는데, 옆에 있는 말차맛/벚꽃맛 와라비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가격은 650엔 언저리였는데, 솔직히 이런 류의 디저트들은 벚꽃이 들어가있으면 무조건 맛없다. 순애에게 보기만 좋지 맛없을게 분명하다고 말했지만, 웬일로 기대하다가 실망한 눈치이길래 그래도 궁금하면 하나 사갈까? 하고 웃으면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순애는 굉장히 기뻐보였고, 기대된다고 했다. 다른 층들도 구경하면서 즐거워했는데, 계산할때가 되니 오늘 먹으려고 산 것들은 죄다 면세용 봉지에 들어가 출국때까지 뜯으면 안된다고 했다... 이런... 와라비가 봉인당했다.

 

무겁게 짐을 짊어지고 시장을 한바퀴 도는데, 기대와는 달리 너무 "현지인 시장" 그 자체였다. 나름 작년에 푸꾸옥에 놀러갔을 때에 보았던, 꼬치구이도 팔고 간식거리도 많은 화려한 야시장을 기대했는데 수산물이나 정육점들이 많은 평범한 시장이었다. 순애도 나랑 비슷한걸 기대했다고 했었다. 중간중간 야외에 앉아서 먹는 식당들도 있었지만 그닥 내키지는 않았다. 대충 한바퀴 둘러보다가 더 볼만한 게 없을 것 같다며 주변 가챠방에서 게임 OMORI의 키링 가챠를 한번 돌리고 저녁밥을 먹으러 돌아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다른 돈키호테도 하나 더 있길래 구경가기로 했다.

 

 

이게 대체 뭐지

폭 ● 정

두봉지로 최고의 밤
남자들의 구세주

 

 

이상한 해부 퍼즐도 있길래 친구들 선물용으로 하나씩 샀다. 닭은 깜병 줄 것, 상어는 셈퐁 줄 것이다. (계산할 때에 한, 중, 일, 백인 직원분들께서 웅성웅성 모여서 와 이게 대체 무슨 퍼즐이야? 하고 신기해하며 웃었다.) 순애도 옆에 있는 라멘 조립 퍼즐게임을 하나 샀다.

 

뭔가 옆에 발명 쓰레기걸이 만든 <방금 떠올린 프로포즈의 말을 너에게 바칠게>카드게임이 일본어로 발매도 되어있길래 오 이거 탐난다 하면서 순애와 둘이서 기웃거렸다. 한국에서는 플미가 6만원 언저리까지 갔던 것 같은데... 일본어 독해만 가능하다면 사고싶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 시점에서 짐이 진짜 많았다. 오늘 아침엔 분명 맑았던 것 같은데, 숙소에 돌아갈 때 즈음 되니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날도 어두우니, 둘이서 양손 가득 짐을 짊어지고 영차영차 걸어갔다. 그런데 온통 보이는 식당마다 온통 라멘집, 고깃집이길래 그냥 가는 길에 아까 봐둔 동네마트에서 초밥을 사가기로 했다. 아쉽게도 8시 정도여서 타임세일은 안하고 있었지만, 한국에 비하면 싸게 사왔다.

 

 

맛있게 먹었다!

순애는 연어초밥 10피스, 나는 종합초밥에 주먹밥이다. 사진으로 보면 꽤나 조촐해보이는데, 맛 만큼은 끝내줘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다 먹고나서 아까 사온 네루네루네루네도 해보기로 헀다.

 

 

마지막으로 해본게 중1 언저리 였던 것 같은데, 다시 해보니 또다시 재미 있었다. 그러니 성인되고 다시 먹기에는 맛있긴 한데 좀 너무 달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 "달다..."

순애 "달다..."

 

근데 그런 것 치고는 도중부터 순애가 한 손에 들고 "달다, 달다..." 이러고 퍼먹기 시작하길래 옆에서 순애의 행동을 과장되게 따라하면서 놀려댔다.

 

나 "허업, 쩝, 달다, 어후, 달다, 허업, 달, 쩝, 달다, 허업."

 

한대 맞았다.

 

ㅋㅋㅋㅋ

부끄러워하긴...

 

 

그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일차의 알찬 여행이 끝났다. 내일은 드디어 이 일본 여행의 하이라이트, 순애의 팬미팅과 나의 박물관이 찾아올 차례이다. 벌써 일정의 절반을 소화해내다니... 정말 즐겁고 좋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 잘 따라와줘서 고마워 순애야

 

 

그리고 실수로 내 자췻방으로
피크민 한 마리 보내버렸다.

 

미안...

 

 

도쿄역에서 순애를 외치다 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