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역에서 순애를 외치다 ⑤

 

도쿄역에서 순애를 외치다 ④

 
 

도쿄 여행 4일차

 
알찼던 나흘간의 여행이 끝났다
 
그동안 실수도 많았는데, 순애가 화 한번도 안내고 잘 따라와 준게 너무 고맙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나의 이번 여행의 목표는 안전하고 싸우지 않는 무탈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일단 목표는 완전히 달성한 것이다.
 
어쨌든, 나는 2시간정도 졸았는데 순애는 밤새 깨어있었다. 빠진 물건이 없는지 잘 확인한 뒤에 정말로 마지막 짐을 싸서 나갈 준비를 했다. 최대한 쓰레기도 분리수거 하고, 이불도 제대로 펴놓고 정리했다.
 

 
열심히 짐을 싸고 있는 김순애.
 
그 옆에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흰색 가방은 기모노와 책이 한가득 들어있는 나의 배낭이다. 캐리어 또한 이미 터지기 직전이었기에, 위에서 체중을 싣고 쿵쿵 눌러대서 겨우 잠궜다.
 
나가기 전, 간단히 아침밥을 먹었다. 나는 명란이 들은 삼각김밥, 순애는 소금이 들은 삼각김밥이었다. 어젯밤 편의점에서 순애한테 '이거 신기하지 않냐?' 라면서 소금 외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맨밥인 삼김을 보여줬는데, 순애가 궁금하다고 사왔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예상만큼 짭짤하지 않다고 실망했다. 다 먹고 나서는 아직 남아있던 푸딩이나 초코케이크 등을 먹고 출발했다. 이때가 5시 30분 즈음 되었던 것 같다.
 
나오니까 새벽하늘이 되게 예뻤다.
 

 
숙소 앞에서 하늘 사진을 찍는 김순애.
 

 
그냥 막 찍었는데도 감성사진이 나왔다.
 
어쨌든, 마지막으로 캐리어를 끌고 아쉽게 숙소를 떠났다. 물론 지긋지긋한 숙소 앞 언덕 경사로에게도 마지막이라고 인사를 했다. 순애는 이제서야 슬슬 일본에 익숙해지려는데 떠난다는게 아쉽다고 했다. 나도 동감했다. 스에히로초 역에서 긴자역으로 지하철을 쭉 타고 가고, 내려서 길을 좀 헤메이다가 공항으로 가는 직통 버스를 찾았다. 가격은 2,100엔이었다. 둘다 피곤했어서, 타자마자 잠들고 한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더니 금세 도착해있었다. 순애 깨우는데 되게 잘 자고 있더라. 그래도 조금이라도 자둬서 개운해진 것 같았다.
 
 

---

 

나리타 공항

 
오는 길에 이미 모바일 체크인을 하기도 했고, 계획했던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여유롭게 기다리다가 캐리어 맡기는 창구가 열리자 마자 바로 들어갔다. 드디어 가장 걱정하던 시간이 다가왔다. 기내수화물 10kg, 위탁수화물 15kg를 내가 맞출 수 있을까? 그냥 대충 감으로 어림잡아도 무조건 넘어가는 무게였다.
 
두근두근하며 기내수화물을 먼저 저울에 올려보았다.
 
10kg가 넘으면 안된다.
 

 

쒯 더 뻑!!!!!!!!!!

 
직원분께 추가금 내면 되냐고 여쭤봤는데, 넘으면 탑승이 안된다고 하셨다. 이미 캐리어는 꽉차서 더 들어갈 곳도 없는데, 어떡하지 고민하다가 가방에서 태블릿, 키보드, 인형을 꺼내 비교적 가방에 공간이 남는 순애에게 맡겼다. 그리고 책 몇 권 정도는 캐리어에 쑤셔넣으면 들어갈 것 같아서 꽉꽉 눌러담았다. 이제는 진짜 내 체중으로 누르며 닫아도 안닫히길래, 진짜 캐리에 위에 앉고 방방 뛰면서 열심히 닫았다. 가방을 다시 재니, 7.8kg까지 줄어있었다. (이후 순애에게 맡겼던 물건은 다시 가져왔다.)
 
이 다음은 캐리어였다. 캐리어는 무게 추가를 하면 되지만, 꽤나 가격이 비쌌다. 20kg부터는 11,000엔 추가일 정도였는데... 내가 보이게 이 캐리어 20kg는 훌쩍 넘는다.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전부 필요한 물건들이었기 때문에 산 것이다. 체념하며 가방을 저울에 올렸다.
 

 
 
ㅋㅋㅋㅋ..............
 
ㅠㅠ
 
얼마 내면 되냐고 처절한 눈빛으로 신용카드를 꺼내들고 있었는데, 직원분께서 계산하기 전 순애의 캐리어를 저울에 올려보라고 하셨다. 8kg정도 나왔다. 직원분께서 둘이 합쳐 30kg면 문제 없다고 하시며, 그냥 통과해주셨다.
 
순애야 고마워!!!!!!!!!!!!!!!!!!!!
 
덕분에 살았다.
순애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
 
크게 안심하고, 이제 출국심사를 받으러 가기로 했다.
올 때에도 그러하였듯이, 이번에도 순애에게 위험무기 운반건으로 걸리는게 아니냐고 놀렸다.
 

 
순애는 가면라이더 변신벨트는 무기가 아닌 사람을 살리는 물건이라고 말하며, 가방을 보안검사대에 올렸다. 순애는 또 무사히 통과했다.
 
이번에도 나만 걸렸다
 
왜지?
 
직원분께서 가방에 들어있는 말차 와라비를 꺼내 살펴보더니, 이건 물이 아니라 젤리라서 괜찮다며 보내주셨다. 둘다 웃으면서 다행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너무 맛없어서 좀 뺏겼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 이건 회사에 가져가야지.
 

---

 

비행기 연착

 
문제 없이 통과하고, 면세존으로 진입했는데 문자가 하나 왔다.
 

 

...
드디어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티웨이 일본행은 연착이 많다는걸 예매하고 나서야 뒤늦게 알았는데, 진짜 그 일이 생긴 것이다.
 
나 "우리 이럴거면 왜 밤샌거냐"
순애 "ㄹㅇ"
 
한숨을 쉬며, 기념품 좀 사고 점심밥이라도 먹고 가자고 했다. 
그나저나 아빠가 히비키라는 술을 사달라고 했는데, 면세점을 전부 돌아보아도 그 어디에도 히비키가 없었다. 고민하다가, 아빠만 선물을 사다주지 않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아서 나중에 한국 가면 사줄 생각으로 얼마인지 검색을 해봤다
 

 

?

 
나 "아빠 대체 나한테 뭘 사오라고 한거예요"
순애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아빠, 아니, 영주씨. 이건 아니죠!!!!!"
순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황스럽다.
아니 뭐... 다른거라도 사가야지
면세점에서 맛있어보이는 매실주, 건어물 안주들을 좀 샀다.
다른것들도 둘러보는데, 토토로 손수건이 예뻐서 그것도 하나 샀다.
순애는 연어초밥 모양 마그넷을 보며 눈을 반짝이길래,
내 지갑에서 더이상 쓰지 않을 남은 잔돈을 찾아보았다.
 
나 "사줄게. 하나 가질래?"
순애 "좋아"
 
양손 가득 면세품도 샀겠다, 이제 진짜 슬슬 돈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밥이나 한끼 먹고 출발하려고 푸드코트로 향했다. 
 
그런데 와...
인천공항에 비해 진짜 비싸더라
대부분의 음식이 기본 2,000엔부터 시작했다.
장어젚밥은 5,000엔대 후반이었다.
 
뭘 먹어야할지 고민하는데, 순애는 굶어도 된다는 눈치이길래 그래도 집가면 7시가 훌쩍 넘을테니 배고플거라고, 밥은 내가 살테니 먹자고 헀다. 여행의 마지막까지 순애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마 가격이 괜찮아보이는 야키소비 가게를 찾았다.
메뉴핀을 보는데, 야키소바에 새우가 들어간다고 써있길래 새우는 빼달라고 요청했다. 순애는 자기 알레르기 때문에 새우 빼는게 미안하다는 눈치길래, 괜찮다고 해줬다. 둘이서 가볍게 먹는대도 1인분은 좀 부족할 것 같아서, 닭안심구이도 시켰다. 조금만 기다리니 맛있는 냄새가 나더니, 곧 우리 음식이 나왔다.
 

 
되게 맛있었다. 입 짧은 순애도 맛있게 먹었고, 특히 닭고기 요리의 소스가 맛있어서 밥을 비벼먹고 싶다는 생각을 헀다. 다 먹고 뒤에 있는 파르페&과일산도 가게에서 디저트라도 먹을까 고민했는데, 밥보다 더 비싸서 그냥 포기했다. 입가심하고 쉴 겸 근처 스타벅스로 향했고,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바닐라 음료를 시키고 앉아서 쉬고 있었다.
 

 
나는 커미션을 하고, 순애는 졸고 있었는데 이런 카톡이 다시 왔다.
 

 

장난하나...

근데 순애가 너무 졸리다고, 눈 좀 붙이고 싶다고 해서 미리 탑승게이트 앞으로 향했다. 근처 벤치에서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정도 눈을 붙이고 일어났는데, 탑승이 시작됐다. 빠르게 남은 커피를 입에 털어넣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근데 한국에서 일본으로 오고 있던, 그리고 나리타 공항에서 물건을 가져오고 있던 피크민들은 어떻게 됐지?
 

 
얘들아 내가 미안하다
나는 간다...
 

---

 

집으로 가는 길

 
나흘 내내 느낀거지만 와... 누가 일본인이 대중교통에서 조용하다고 했냐? 지하철에서도 그렇고, 비행기에서도 그렇고 20대들 존 나 시 끄 럽 다. 10대나 30대 이상은 괜찮은데, 20대가 시끄럽다. 진짜 장난아니다... 아니 무슨 ㅅㅂ 비행기 탑승때부터 이륙하고 40분이 지나서까지 계속 떠든다. 무슨 이륙할때 단체객이서 야바이 야바이 스고이 무리 타노시 끼요옷 꺄아악 하길래 인상 찌푸리고 순애 쳐다봤는데 순애도 표정이 안좋았다. 20대는 뭐가 문제인거냐 대체?
 
하...
 
근데 저거 후지산인가?

 
이륙할 때에 순애가 테이블 위에 보조배터리 놔뒀다가 비행기 기울어지니까 그대로  굴러떨어져서 보조배터리를 하나 잃어버렸다. 근데 안찾고 그냥 가겠다고 하더라. 어쨌든지, 피곤했던 순애는 곧장 잠들었다. 나는 커미션 조금 더 하다가 잠들었다가, 1시간쯤 지나서 눈을 떴다. 이때쯤 되니까 시끄럽던 단체객들도 다들 조용해졌다. 
 
한국에 내리고나서 처음 든 생각은,
와... 진짜 공기 건조하다
눈이랑 목구멍이 따갑다...
였다.
 
그리고 내 폰으로 순애네 부모님께 연락이 엄청 와있었다.
 
나 "너 2시간 지연되는거 말 안했어?"
순애 "응"
 
서울역까지 이미 마중 나오신 순애네 어머님께는 순애가 서울역 가려면 앞으로 2시간은 더 기다리셔야한다, 내가 잘 돌려보낼테니 먼저 돌아가계시라고 말했고, 순애네 아버님께는 잘 도착 했다고 문자 드렸다. 입국심사 하고 수화물 찾는건 금방 끝났다. 저 멀리서부터 익숙한 스티커를 붙인 캐리어가 나오는걸 보고 픽업해오고, 내 캐리어에 대신 담아주었던 순애의 카스테라(상자가 많이 구겨졌다)를 돌려주고, 공항에서 나오면서 순애에게 고맙다고 목례를 했다.
 
나 "3박 4일 동안 덕분에 즐거웠고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둘다 어제 보고 온 칸 히데요시 배우님과 박물관의 우키요에가 잊혀지지 않아 꿈만 같다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한국에 돌아온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일본 놀러가고 싶다며 공항철도를 타러 갔는데, 딱 6시 퇴근길이랑 겹쳐서 사람들 사이에서 꾸깃꾸깃 갔다. 순애는 서울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나는 한 정거장 전인 공덕역에서 셈퐁과 만나 선물을 주러 가기로 해서 먼저 내렸다.
 
셈퐁은 금방 만났는데, 첫 날 샀던 검정색 하오리를 한 벌 줬더니 마음에 든다며 그대로 입고 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 과자인 쟈가리코와 카키노타네, 노부나가 굿즈 3개와 디아볼로 굿즈 1개, 엉덩이 비누를 넘기곤 인사했다. 깜병 줄 선물은 나중에 택배로 보낼 것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마지막으로 힘을 내서 집에 도착했고, 출발 전부터 먹고싶던 마라샹궈를 시켜먹었다. 이후 잘 다녀왔다며 부모님과 통화하며 내일 출근을 준비했다.
 
잘 다녀왔습니다!
 

 

진짜 끝